Insights

사용자 리서치는 '왜?'를 5번 묻는 것부터 시작한다

권진석

Jin Kwon

2025-11-05

November 5, 2025

사용자가 말하는 것과 진짜 원하는 것과의 사이

어쩌다 보니, KT클라우드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가르친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경력이 없는 디자인 비전공자부터 이직을 준비하는 경력 디자이너까지, 디자이너 커리어 발전을 위한 경험을 쌓으려는 수강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요즘 수강생들에게 가장 큰 챌린지는 바로 사용자 리서치입니다. 경력과 관계없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특히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사용자 리서치만 경험해본 사람일수록 깊이 있는 리서치의 과정을 힘들어합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대변하는 포지션이다

제가 사용자 리서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프로덕트 디자이너(UX/UI 디자이너)가 사용자를 대변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늘 "사용자를 위해서", "편하게 사용하려면"이라는 말을 하지만, 대부분은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말하기보다는 주관적인 생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주니어 디자이너의 경우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편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근거는 단순히 자신의 만족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볼 때 편해 보이고, 좋아 보이는 것을 마치 사용자에게 좋은 것처럼 말하는 거죠.

어떤 변화에 객관적인 근거를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사용자 리서치입니다. 그리고 사용자 리서치는 리서치를 수행하는 사람이 얼마큼 깊이 있게 준비하는지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왜?'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리서치를 통해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현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5whys 기법이라고 하는데요, 단순히 "왜?"라는 질문에 내가 대답하기보다는 인터뷰와 같은 리서치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사용자가 연락처를 개인용과 업무용을 구분하여 저장하기 힘들다고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러한 불편한 점을 듣고, 불편한 점을 고친다면 이것은 문제를 표면적으로 해결한 것에 불과합니다.

사실 이 불편한 점은 사용자가 생각하는 해답에 가깝습니다. 사용자는 UX/UI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왜 개인용과 업무용을 구분해야 하나요?"
  • "왜 구분이 안 되는 게 불편한가요?"
  • "왜 그런 상황이 문제가 되나요?"
  • "왜 그게 중요한가요?"

표면 너머의 본질을 발견하다

이렇게 "왜?"를 반복해서 물으면, 사용자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그 해결방안은 달라지게 됩니다.

저희 수강생들이 발견한 문제의 본질은 이랬습니다. 사용자가 업무용과 개인용을 구분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업무용 연락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업무용 연락처는 자신이 오랜 시간 쌓아온 자산과도 같은 것이고, 이것이 미래의 잠재적 매출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대변하고 있다는 거죠.

업무용과 개인용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으니, 업무용 연락처로 저장된 분들에게 실수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을 이해한 후의 디자인은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게 돕습니다. 즉, 업무용/개인용을 구분하는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본질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깊이 있는 인사이트는 준비에서 나온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단순히 인터뷰를 많이 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내가 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현재 궁금하고 알고 싶어하는 게 무엇이고, 이것들을 가장 확실하게 얻어낼 수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답변한 내용을 끊임없이 곱씹어보고 왜 그럴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죠.

디자이너의 본질은 문제의 본질을 찾는 것

UX/UI 디자이너는 단순히 사용성만을 좋게 만드는 포지션이 아닙니다. 아무리 편하게 만들어도 그 앱이 제공하는 기능이 쓸모없다면 이는 무용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결국 UX/UI 디자이너의 본질은 사용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문제의 본질을 찾아낼 수 있는 사용자 리서치 기술이 필요하죠.

저는 더 많은 UX/UI 디자이너들이 단순히 화면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길 바랍니다. 디자이너가 시각적인 요소에만 집착할수록 우리 사회에서 디자이너를 평가하는 수준 역시 낮아질 것입니다.

기억해주세요. 예쁘게 만드는 디자인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요.

References

Keywords

UX/UI Design

UX/UI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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