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
트럼프의 연준 지배 시도 뒤에 숨은 위험한 부채 관리 아이디어
2025-08-28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결정이 국가 재정 상태에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은 198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는 정부 예산에 수천억 달러의 부채 비용을 추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경제 전망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을 결정한다고 거듭 강조해왔습니다. 미국의 국가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 필요를 고려해 정책을 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결국 재정 상태를 고려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연준 의장의 후임자를 지명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자신의 경제 고문을 연준 이사로 임명하거나 기존 이사를 해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팀은 연준의 지역 은행 12곳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전반적인 개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모든 배경에는 금리를 낮추라는 지속적인 요구가 깔려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연준이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 위험에 점점 더 노출되고 있다는 경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이 문제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놀랍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트럼프가 연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미국 국채와 달러 가치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올해 초 최저점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만약 연준의 초점이 재정 문제로 옮겨간다는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암호화폐나 금과 같은 대체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일부 설문 조사에 따르면, 많은 펀드 매니저들이 차기 연준 의장이 정부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양적 완화나 수익률 곡선 제어 같은 정책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 채권을 매입해 차입 비용을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연준에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정부 부채 비용을 낮추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 자본 규제를 조정해 국채 수요를 늘리고 수익률을 낮추는 방안이나,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통해 발행사가 정부 채권 같은 안전 자산으로 이를 뒷받침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단기 채권 발행을 늘려 비용을 절감하자는 아이디어와 연준이 준비금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를 없애는 법안도 제안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재정 압박이 점점 더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직 전형적인 재정 지배 상황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향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트럼프는 이번 여름 세금 감면과 지출 확대 법안을 통과시켜 향후 10년간 적자를 3.4조 달러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통해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재정 적자를 크게 개선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적자는 GDP의 약 6%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코로나 직후보다는 낮지만 역사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국가 부채는 GDP 대비 100%를 넘어 평화 시기 최고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기간 동안의 구제 노력, 그리고 세금 인상이나 사회복지 및 국방 예산 삭감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하면,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직접 채권을 매입할 수 있고, 평상시에도 단기 금리를 설정해 장기 국채 비용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금리와 재정 정책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결국 장기 금리를 결정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연준이 작년 말 통화 정책을 완화했을 때, 10년 및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이는 선거 이후 재정 적자가 커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연준이 정부 차입 비용을 자동으로 낮출 수 없다는 점과, 증가하는 공공 부채가 중앙은행의 정책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양측이 계속해서 충돌하고,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치킨 게임’에 비유하며, 연준과 정부 중 누가 먼저 양보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신뢰를 유지하려면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할 수 있고, 이는 재정 부담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재정 지배가 현실화되면 통화 정책이 부채 관리 도구로 전락하고, 물가 목표가 희석되거나 아예 포기될 위험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이런 상황에 놓여 있지 않으며, 과거 일부 국가를 재정 지배로 몰아넣었던 경제적 비상 사태의 조짐도 없습니다. 다만 정치적 압박이 연준에 가해지면서 이런 체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높은 금리가 정부에 비용을 초래한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부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 정책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