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
중앙은행 금 보유량, 수십 년 만에 미국 국채를 앞서다
2025-09-01
최근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트레저리)보다 더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국이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자국의 금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쉽게 말해, 나라마다 비상시에 대비한 ‘보물 상자’를 가지고 있는데, 그 상자 안에 미국 달러나 유로, 국채와 함께 금도 채워 넣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상자에 금이 미국 국채보다 더 많이 쌓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은 약 3만 6천 톤에 달하며, 오늘날의 가격으로 환산하면 그 가치는 3조 6천억 달러를 넘습니다. 반면, 미국 국채 보유액은 약 3조 8천억 달러 수준으로, 금의 시장 가치가 국채를 앞지른 셈입니다. 특히 2025년 들어 금 가격이 온스당 3,50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가치가 더욱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앙은행들은 금에 눈을 돌리고 있을까요? 몇 가지 주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금은 제재로부터 안전합니다. 2022년 러시아의 달러와 유로 자산이 동결된 사건 이후, 많은 국가들이 제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을 찾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의 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계속해서 빚을 늘리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은 미국 부채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셋째, 자산 다각화의 필요성입니다. 한 곳에만 돈을 넣지 않듯이, 중앙은행들도 달러, 유로, 금 등을 골고루 보유하며 리스크를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은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25년 말까지 약 1천 톤의 금이 추가로 매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앙은행 관계자 중 43%가 내년에도 금 보유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95%는 전 세계 금 보유량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인도 중앙은행은 꾸준히 금을 매입해왔으며, 2025년 3월 기준으로 약 880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도 전체 외환 보유고의 약 12%를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금 보유는 루피화 가치가 급변할 때 통화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금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금 가격이 치솟으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미국 달러의 지위를 흔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나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아닙니다. 미국 달러는 여전히 전 세계 외환 보유고의 약 58%를 차지하며 가장 중요한 통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달러가 여전히 금융 시스템의 중심축이라는 점은 변함없습니다. 다만, 금이 중앙은행 보유 자산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이런 상황이 일반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먼저,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늘어나면서 금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인도처럼 금 소비가 많은 국가에서 보석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금 보유량 증가는 글로벌 경제 충격이 있을 때 인도의 통화 안정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 이는 각국이 세계 금융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달러의 지배력이 예전만큼 절대적이지 않을 미래를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대량으로 쌓아두는 이유는 금이 안전하고, 외부 제재로부터 자유로우며, 불확실한 시기에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달러가 여전히 강력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국제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