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삼성·SK 중국 공장 규제 강화…AI 패권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
2025-09-02
최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 이들 기업의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려면 미국의 개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는 사실상 공정 고도화를 어렵게 만들고, 기존 설비 유지조차 힘들게 할 수 있는 조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반면, 대만의 TSMC 같은 다른 글로벌 기업의 중국 공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규제 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만 타격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규제는 단순한 통제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미국의 AI 기술 패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023년부터 중국 내 공장에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라는 지위를 통해 미국의 복잡한 반도체 규제를 피해왔습니다. 이 지위는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개별 승인 없이도 장비 반입이 가능한 일종의 특혜였죠. 하지만 이번에 미국은 한국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이 지위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대만 TSMC의 중국 공장은 안정적인 허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차별적 조치로 인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공장은 기술 발전은커녕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유독 한국 기업들을 겨냥해 규제를 강화한 걸까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가장 유력한 이유로는 VEU 지위의 성격 차이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관련된 리스크가 꼽힙니다. VEU 지위는 기업이나 국가에 따라 ‘영구적’인 경우와 ‘임시’인 경우로 나뉘는데, 한국 기업들은 매년 갱신이 필요한 임시 지위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TSMC나 일부 미국 기업들은 갱신 부담이 적은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매년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됐고, 결국 이번 규제 강화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더 큰 문제는 HBM과 관련된 미국의 우려입니다. HBM은 고성능 AI 칩의 핵심 부품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공장을 통해 HBM을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과정에서 중국 내 AI 기술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HBM의 대중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는데, 이는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AI 칩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공장이 이런 우회 공급 경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규제 강화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반도체 산업 규제를 넘어 AI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는 더 큰 그림 속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AI 칩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 활동을 제한하고 공정 고도화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산 HBM을 활용해 AI 칩을 개발할 경우,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미국 정부의 주요 고민거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공장에 대한 규제는 단순한 경제적 조치가 아니라, 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규제 강화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공장이 기술적으로 뒤처지게 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면서, 최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반도체 산업을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 정치와 경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어떤 조건이 제시될지, 그리고 그 조건이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